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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건강 스토리

ADHD와 거짓말 그리고 왜곡인가? 진실인가?

by geniestory 2025.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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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가진 사람과 가까이 지내다 보면, 때때로 “왜 자꾸 거짓말을 하지?”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숙제를 안 했으면서 했다고 말하거나, 중요한 약속을 깜빡한 뒤에는 “그런 말 한 적 없어”라며 부인하기도 하죠. 이런 행동은 거짓말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단순한 ‘진실 왜곡’ 이상의 것이 숨어 있습니다.

ADHD와 뇌의 작동 방식

ADHD는 뇌의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실행 기능이란 계획을 세우고, 주의를 집중하며, 충동을 억제하고, 기억을 유지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기능이 약화되어 있으면, 일어난 일을 체계적으로 기억하거나, 감정을 조절하며 솔직하게 말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ADHD인 사람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뇌가 혼란 속에 빠져 정확한 정보를 재구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곡인지인가?

ADHD가 있는 사람들은 종종 현실을 자신의 기억이나 감정에 따라 재구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왜곡된 인지(distorted cognition)"라고 부르는데, 이는 사실을 고의로 바꾸려는 의도가 아니라, 자신의 인지 체계가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방 청소했니?”라고 물었을 때, 아직 끝내지 않았지만 ‘하려고 했고, 거의 다 했으니까’라는 생각에 “응, 했어”라고 답하는 식입니다. 이 경우, 그들의 인지 안에서는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한 것입니다.

회피 행동과 감정 과부하

ADHD를 가진 사람들은 자주 실수하고 지적을 받는 경험이 많습니다. 이로 인해 부정적인 평가에 민감하고, 반복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집니다. 따라서 어떤 실수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는 것보다, 순간을 회피하고 모면하는 방식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이는 자기방어적 거짓말(self-protective lying)이라고 할 수 있으며, 죄책감보다는 불안과 압박감이 만든 반응입니다.

충동성과 즉흥성의 영향

ADHD의 주요 특성 중 하나인 충동성은 말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질문을 받았을 때 충분히 생각하기 전에 먼저 말을 내뱉게 되고, 그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걸 나중에 인식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거짓말'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 허위진술’에 가깝습니다. 말한 뒤 “내가 왜 그렇게 말했지?” 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고, 기억 왜곡으로 인해 본인도 혼란스러워합니다.

진짜 거짓말과 ADHD 거짓말의 차이

일반적인 거짓말은 보통 타인을 속이려는 의도가 있으며, 계획적이고 조작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ADHD에서 나타나는 거짓말은 충동적이고 순간적이며, 사실 왜곡보다는 현실 회피 또는 인지 왜곡의 결과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거짓말쟁이라고 단정짓기보다는, 뇌 기능과 정서 반응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도와야 할까?

ADHD가 있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진실과 다른 말을 할 때, 정죄하기보다는 질문을 바꾸어 접근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정확히 언제 했는지 기억나?” 또는 “그걸 하려고 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어?”처럼, 비판보다는 공감과 탐색 중심의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려 해야 합니다. 그리고 ADHD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정서 조절 훈련, 상담 등의 지원이 동반된다면, 거짓말 같은 행동도 점차 줄어들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ADHD에서 나타나는 거짓말은 단순히 나쁜 습관이 아니라, 신경발달적 특성과 감정 조절 문제, 인지적 왜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비난이 아니라 이해와 지지를 기반으로 한 접근입니다. ADHD를 가진 이들이 스스로를 신뢰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진정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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