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eniesstorybook

개소리에 대하여 ― 진실보다 더 위험한 것

by geniestory 2025. 9. 1.
728x90

개소리에 대하여 리뷰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말들을 주고받습니다. 그중에는 사실에 근거한 말도 있지만, 근거 없는 주장이나 과장된 표현도 섞여 있죠. 철학자 해리 G. 프랭크퍼트(Harry G. Frankfurt)는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며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라는 짧지만 강렬한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욕설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언어와 진실, 그리고 소통의 위기를 철학적으로 해부하는 작품입니다.

개소리란 무엇인가?

프랭크퍼트가 말하는 ‘개소리’는 단순한 거짓말과는 다릅니다. 거짓말은 ‘진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개소리는 진실 여부 자체에 무관심한 말입니다. 즉,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어떤 인상을 주거나 자신이 원하는 효과를 얻는 것이 목적입니다.

예를 들어, 정치인이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수치를 사용해 대중을 설득하려 하거나, 광고에서 실제와 다른 근거를 내세워 상품을 과장할 때 그것은 ‘거짓말’이라기보다 ‘개소리’에 더 가깝습니다. 중요한 점은, 개소리꾼은 애초에 사실에 관심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거짓말보다 더 위험한 이유

흥미롭게도 프랭크퍼트는 거짓말쟁이가 개소리꾼보다 낫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거짓말쟁이는 최소한 진실을 의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진실을 알기에 그것을 뒤집어 말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개소리꾼은 진실과 허위의 구분을 아예 무시합니다. 이 때문에 개소리는 단순한 거짓보다 더 큰 위협이 됩니다. 진실을 왜곡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진실이라는 개념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으로 개소리가 만연하면 사람들은 사실을 구분하는 감각을 잃게 되고, 결국 진실을 추구하는 태도마저 사라질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와 개소리의 확산

오늘날 개소리가 더욱 두드러지는 이유는 정보의 홍수와 발언 압박에 있습니다. 인터넷과 SNS, 다양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 의견을 표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그러나 모든 주제에 대해 충분한 지식이나 검증된 사실을 갖고 말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침묵하기보다는 즉흥적으로 말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 개소리가 넘쳐납니다. 특히 정치 영역은 개소리의 온상입니다. 정치인은 모든 문제에 답변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사실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검증되지 않은 말이나 과장된 발언을 내놓게 되고, 이는 개소리로 이어집니다. 또한 광고, 기업 홍보, 자기계발서, 심지어 학문적인 글에서도 ‘근거 없는 그럴듯한 말’이 흔히 발견됩니다.

개소리가 불러오는 사회적 위험

프랭크퍼트는 개소리가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합니다. 개소리가 넘쳐나면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위인지 따질 의욕을 잃습니다. 결국 사회적 신뢰가 약화되고, 민주주의의 핵심인 합리적 토론이 불가능해집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공동체 전체를 위협합니다. 우리가 서로의 말을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한다면, 공적인 합의와 협력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개소리를 하는가?

프랭크퍼트는 인간이 개소리를 내뱉는 이유를 “침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사회적 존재로서 사람은 끊임없이 의견을 표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 확실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른다”고 말하기보다는, 그럴듯한 말을 꾸며내어 상황을 넘기려 합니다. 그 순간 탄생하는 것이 바로 개소리입니다.

개소리에 맞서는 태도

프랭크퍼트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독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바로 사실에 대한 존중과 겸손한 태도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그것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스스로 질문해야 하며, 때로는 “잘 모른다”고 말할 용기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개소리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지켜내는 방법입니다.

마무리하며

해리 G. 프랭크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는 단순히 흥미로운 제목을 넘어, 언어와 사회, 그리고 진실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책입니다. 거짓보다 더 위험한 것이 바로 ‘개소리’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우리는 더 이상 무심코 내뱉는 말과 정보에 무책임할 수 없음을 경고합니다. 결국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진실을 존중하라. 그리고 모를 때는 모른다고 말하라. 이 태도만이 개소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지성을 지켜낼 수 있는 길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