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창고에서 시작해 세계를 움직인 조직의 힘
처음에는 그저 한 기업의 성공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본전산 이야기를 읽고 나면 이 책이 단순한 기업 성장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오히려 개인에게 더 가깝다.
나는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
나는 할 수 없는 이유를 먼저 찾는가, 아니면 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찾는가?
그리고 내가 맡은 일을 어느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대하고 있는가?
김성호의 일본전산 이야기는 일본전산을 창업한 나가모리 시게노부의 경영철학과 일본전산의 성장 과정을 통해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일본전산은 1973년 나가모리 시게노부를 포함한 4명이 작은 창고에서 시작했다. 이후 모터라는 한 분야에 집중하면서 성장했고, 오일쇼크와 일본의 장기 불황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사업을 확장했다. 책은 그 과정에서 나가모리 사장이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조직을 어떻게 움직였으며, 위기를 어떤 방식으로 돌파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스펙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였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는 사람을 바라보는 기준이다.
오늘날 우리는 사람을 평가할 때 학력, 경력, 자격증, 성과처럼 눈에 보이는 조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가모리 사장은 다른 기준을 중요하게 봤다.
책에는 큰소리로 말하기, 화장실 청소하기, 식사 속도처럼 일반적인 채용시험과는 거리가 있는 독특한 방식이 등장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행동 자체라기보다 그 사람이 일을 대하는 태도와 기본적인 실행력을 확인하려는 의도였다.
결국 능력이 있는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하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방식의 평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 특히 오늘날의 조직문화에서는 책 속의 일부 강한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책에서 생각해볼 만한 부분은 분명하다.
사람의 현재 능력만 볼 것이 아니라 성장할 가능성과 태도를 함께 보아야 한다는 것.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가 나의 전부는 아니다. 지금 부족하더라도 배우고 반복하고 개선하는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
일본전산 이야기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태도는 실행력이다.
책에서는 일본전산의 강한 행동 원칙으로 '정열·열의·집념',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는 정신이 반복해서 강조된다.
이 문장은 단순하지만 강하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전에 많은 이유를 붙인다.
시간이 없어서.
아직 준비가 안 돼서.
환경이 좋지 않아서.
실력이 부족해서.
조금 더 알아보고 시작하려고.
물론 준비는 필요하다. 하지만 준비만 하다가 실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일본전산의 방식은 지금 가진 조건에서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완벽한 환경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다. 책에서도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현재 상태에서 해내려는 자세를 강조한다.
이 메시지는 직장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하려면 완벽한 운동기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공부를 시작하려면 모든 지식을 갖춰야 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일단 시작하고,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다시 고치는 과정에서 실력이 만들어진다.
어려운 문제에는 해결책이 함께 들어 있다
이 책에서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우리는 흔히 먼저 환경을 탓한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어렵다.
사람이 부족해서 안 된다.
시간이 없어서 못 한다.
경쟁자가 강해서 어렵다.
하지만 일본전산의 사고방식은 다르다.
문제가 생겼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찾아간다.
예를 들어 단순히 "매출을 올려라"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처 방문 건수처럼 구체적인 행동 목표를 제시하는 방식이 등장한다. 추상적인 목표를 실제 행동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부분은 개인의 목표를 세울 때도 중요하다.
"나는 성공해야지."
이것만으로는 행동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신
"오늘 한 시간 공부한다."
"하루에 책 20쪽을 읽는다."
"이번 주에는 세 번 운동한다."
"매일 고객 한 명에게 연락한다."
처럼 행동으로 바꾸어야 한다.
결국 목표를 이루는 것은 거대한 결심 하나가 아니라 작은 행동을 반복하는 시스템일지도 모른다.
리더가 먼저 움직여야 조직이 움직인다
나가모리 시게노부의 경영철학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솔선수범이다.
책에서 강조되는 것은 리더가 직원들에게 무조건 열심히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리더 자신이 먼저 열정과 집념을 보여주어야 직원도 움직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전산의 성장 과정에서 나가모리 사장은 직원들에게 강한 목표를 제시했고, 때로는 강한 질책을 하면서도 스스로 행동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강조했다.
사람은 말보다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
리더가 늦으면서 직원에게 시간 준수를 이야기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리더가 변화하지 않으면서 직원에게 혁신을 요구하면 조직은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조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는 사람은 리더 자신일 수 있다.
불황일수록 사람의 진짜 힘이 드러난다
이 책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중요한 주제는 위기와 사람이다.
일본전산은 오일쇼크와 일본의 장기 불황을 경험하면서 성장했다. 책은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조직 구성원의 태도와 결속력이 중요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평온할 때는 누구나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상황이 어려워지면 사람의 진짜 태도가 드러난다.
힘든 순간에도 책임을 다하는 사람,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책을 찾는 사람, 주어진 조건 안에서 방법을 만들어내는 사람, 자신보다 조직 전체를 생각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결국 위기의 순간에 조직을 지탱한다.
그래서 책에서는 어려운 시기를 단순한 위기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조직의 기본기를 점검하고 더 강하게 만드는 시간으로 바라본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지만,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봄에 피어나는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경영철학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일본전산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 가지 주의할 점도 있다.
책 속의 강한 업무 방식과 장시간 노동을 연상시키는 표현, 극단적인 목표 의식 등을 오늘날의 조직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독자들도 책의 강한 문화가 현재의 직장 환경에서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을 때는 '무조건 더 많이 일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안에 담긴 핵심 원칙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 핵심은 열정 자체보다도 책임감, 실행력, 기본기, 문제 해결, 지속적인 개선에 가깝다.
무조건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과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확장하는 것은 다르다.
중요한 것은 지치도록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맡은 일을 더 나은 방식으로 해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일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일본전산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일본전산의 성장 자체보다 나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어려운 일을 피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실제 행동을 하고 있는가.
문제가 생겼을 때 핑계를 찾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맡은 작은 일 하나라도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의 나를 기준으로 미래의 나를 결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신발 정리를 맡았다면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되라는 책 속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오래 남는다. 지금 하는 일이 작다고 해서 그 일이 나의 가능성까지 작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작은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면 그 사람의 가치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결국 성장이라는 것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하고, 부족한 것을 배우고,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고,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을 계속 반복하는 사람이 성장한다.
일본전산 이야기는 바로 그 사실을 기업의 성장 과정이라는 거울을 통해 보여준다.
성공한 기업의 비결이 거창한 전략 하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주 평범한 것들이 모여 거대한 차이를 만든다.
즉시 행동하는 것.
끝까지 책임지는 것.
기본을 지키는 것.
문제보다 해결책을 보는 것.
그리고 어려울수록 다시 움직이는 것.
책을 덮고 나서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나는 지금 내가 맡은 일을 얼마나 제대로 하고 있는가?"
어쩌면 일본전산 이야기가 오랫동안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일본전산이라는 한 기업의 성공 이야기를 읽었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나 자신의 태도와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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