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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iesstorybook

생에 감사해 저자 김혜자

by geniestory 2026.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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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의 생에 감사해는 소리 높여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책이다. 대신 아주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오래 남는 말들을 건넨다. 화려한 문장도, 극적인 사건도 없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따뜻해진다. 이 책은 배우 김혜자가 살아온 삶과 시간 속에서 길어 올린 감사에 대한 기록이다.

김혜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인생을 특별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족했던 순간, 후회가 남은 선택, 마음이 무너졌던 시간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오랜 세월 배우로 살아왔지만, 무대 뒤의 삶이 늘 빛났던 것은 아니었다. 바쁜 일정 속에서 가족에게 충분히 사랑을 주지 못했다고 느꼈던 순간들, 배우로서의 성공과 인간으로서의 불안이 교차했던 시간들이 담담하게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중심에는 늘 ‘감사’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감사는 모든 것이 잘 풀려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김혜자가 말하는 감사는 고단한 삶을 끝까지 살아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감사에 가깝다. 아프지 않았던 날보다 아팠던 날이, 웃었던 순간보다 울었던 시간이 더 많았을지라도,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소중하게 바라본다.

생에 감사해는 특히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젊음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늙어간다는 것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드는 대신,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 늘어나고, 더 이상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찾아온다고 고백한다. 이 부분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

김혜자의 글은 마치 어른이 옆에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조언을 하려 들지 않고,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솔직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독자는 책 속에서 답을 찾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질문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위로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다. 늘 감사해야만 하는 삶이 아니라, 불평하고 흔들리면서도 결국은 다시 하루를 살아낸 그 자체가 충분히 의미 있다는 말이다. 김혜자는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야말로 진짜 감사의 출발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생에 감사해는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 혹은 삶이 조금은 지쳐버린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책이다. 당장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마음의 속도를 잠시 늦추게 해준다. 그리고 묻는다. “지금까지의 삶이 정말 그렇게 나쁘기만 했을까?” 책을 덮고 나면 거창한 결심보다는 아주 작은 변화가 생긴다. 오늘 하루 무사히 지나간 것,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답할 수 있는 것, 숨 쉬고 있다는 사실 같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김혜자의 생에 감사해는 그런 변화를 조용히 불러오는 책이다.

삶이 늘 감사할 수만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한 번쯤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말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생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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