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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iesstorybook

면도날 저자 서머싯 몸

by geniestory 2026.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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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The Razor’s Edge)은 단순한 성장소설이나 철학소설로 한마디에 규정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이 소설은 성공과 물질적 풍요를 당연한 목표로 여기는 사회 속에서,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그리고 그 여정을 통해 독자에게 묻는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라고.

주인공 래리 대럴은 1차 세계대전 이후의 혼란 속에서 등장한다. 그는 전쟁을 겪은 뒤 기존의 삶의 방식에 깊은 회의를 느낀다. 안정적인 직업, 사회적 성공, 결혼이라는 ‘정해진 인생 코스’가 더 이상 의미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능력도 있고 기회도 많은데 왜 굳이 방황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래리는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삶의 본질적인 의미를 찾기 위한 길을 선택한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극적인 사건보다 인물들의 내면과 대화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래리는 인도를 여행하고, 노동을 하며 살아가고, 철학과 종교를 탐구한다. 그의 선택은 겉으로 보면 무모해 보이지만, 작가는 그 과정을 통해 ‘성공하지 않는 삶’이 반드시 실패는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머싯 몸은 이 작품에서 물질적 성공을 좇는 인물들과 영적 충만을 추구하는 인물을 대비시킨다. 특히 이사벨이라는 인물은 현실적인 욕망을 대표한다. 그녀는 래리를 사랑하지만,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택한다. 이 선택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내리는 선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면도날은 한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제목인 ‘면도날’은 힌두교 경전에서 인용된 문구에서 비롯된다. 진리로 가는 길은 면도날처럼 날카롭고 좁다는 의미다. 쉽게 갈 수 없고, 조금만 방심해도 상처를 입는다. 래리의 삶이 바로 그렇다. 편안함을 포기한 대신 끊임없는 질문과 고독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그 길에서 자신만의 확신을 얻는다.

이 소설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독자에게 명확한 답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어느 삶이 옳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선택에는 각자의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안정적인 삶에는 안락함이 있지만 공허함이 있을 수 있고, 의미를 좇는 삶에는 충만함과 함께 불안이 따른다.

면도날은 빠르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읽을수록 생각이 깊어지는 작품이다. 특히 인생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에 읽으면, 책 속 문장들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지금의 삶이 맞는지, 혹시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은 말한다. 모든 사람이 래리처럼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다만 한 번쯤은 자신에게 묻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면도날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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